「사과야 미안하다」 / 정일근/ 《시와시학》2003년 여름호
사과야 미안하다
사과 과수원을 하는 착한 친구가 있다. 사과꽃 속에서 사과가 나오고 사과 속에서
더운 밥이 나온다며, 나무야 고맙다 사과나무야 고맙다, 사과나무 그루 그루마다
꼬박꼬박 절하며 과수원을 돌던 그 친구를 본 적이 있다. 사과꽃이 새치름하게 눈
뜨던 저녁이었다. 그날 나는 천 년에 한 번씩만 사람에게 핀다는 하늘의 사과꽃 향
기를 맡았다.
눈 내리는 밤에 친구는 사과를 깎는다. 툭, 칼등으로 쳐서 사과를 혼절시킨 뒤 그
뒤에 친구는 사과를 깎는다. 붉은 사과에 차가운 칼날이 닿기 전에 영혼을 울리는
저 따뜻한 생명의 만트라. 사과야 미안하다 사과야 미안하다. 친구가 제 살과 같은
사과를 조심조심 깎는 정갈한 밤, 하늘에 사과꽃 같은 눈꽃이 피고 온 세상에 사과
향기 가득하다.
[감상]
이 시는 진솔한 흐름이 좋습니다. 친구와 사과에 대한 애정이 행간마다 배여 있습니다. 아무래도 백미는 '툭, 칼등으로 쳐서 사과를 혼절시'키는 것이 아닌가 싶네요. '만트라'는 깨달음을 나타내는 불교용어인데, 사과에 대한 최고의 찬사를 종교 쪽으로 슬쩍 돌려놓는 인상적인 시적 애드립입니다. 갑자기 사과가 먹고 싶어지는군요.
맞아요, 이쯤에서 피식, 웃음이 나더군요.
맞아맞아. 그런,
참솔농장,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