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늘을 밀어내지 않는다』/ 이진수/ 시와시학사
센 놈
비얌이 우예 센지 아나
내사마 모르겠다 우예 센 긴데
참말 모르나 그놈이 센 거는
껍데기를 벗기 때문인기라
문디 자슥 껍데기 벗는 거하고
센 거하고 무신 상관이가
와 상관이 없다카나 니 들어 볼래
일단 껍데기를 벗으모 안 있나
비얌이 나오나 안 나오나
나온다카고 그래 씨부려 봐라
그라모 그기 껍데기가 진짜가
시상 새로 나온 비얌이 진짜가
문디 시방 내를 바보로 아나
그기야 당연지사 비얌이 진짜제
맞다 자슥아 내 말이 그 말인기라
껍데기 벗어던지고 진짜 내미는 놈
그런 놈이 센 놈 아이겠나
넘 몰래 안창에다 진짜 감춘 놈
그런 놈이 무서븐 거 아이겠나
어떻노 니캉 내캉 홀딱 벗어 뿔고
고마 확 센 놈 한번 돼 보까
[감상]
영화 때문일까요, 사투리가 그윽한 이 시를 한 행 한 행 읽어가면서 검은 교복에 삐딱하게 눌러쓴 모자의 '말죽거리'도 생각나고, '친구'도 생각납니다. 진짜 센 놈은 '넘 몰래 안창에다 진짜 감춘 놈'이라는 사실, 그게 뱀의 비유일 뿐이지 기실은 내면의 중요성을 새삼 일깨워줍니다. 마지막을 읽으면서 미소가 번졌던 것은 등장하는 '니캉 내캉 홀딱 벗어 뿔고'에서 오는 유머입니다. 능청스럽고 재밌는 시입니다.
좀 실감나게 읽어줬더니
애들이 웃겨 죽겠다네요.
등장하는 두 사람은
♂ 대 ♂, 아닌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