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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가죽구두 - 손택수

2004.04.19 15:00

윤성택 조회 수:1110 추천:176


「살가죽구두」/ 손택수/ 『현대시』 2004년 1월호


        
        살가죽구두
                
        세상은 그에게 가죽구두 한 켤레를 선물했네
        맨발로 세상을 떠돌아다닌 그에게
        검은 가죽구두 한 켤레를 선물했네
        
        부산역 광장 앞
        낮술에 취해
        술병처럼 쓰러져
        잠이 든 사내
        
        맨발이 캉가루 구두약을 칠한 듯 반들거리고 있네
        세상의 온갖 흙먼지와 기름때를 입혀 광을 내고 있네
        
        벗겨지지 않는 구두,
        그 누구도
        벗겨 갈 수 없는
        맞춤 구두 한 켤레
        
        죽음만이 벗겨줄 수 있네
        죽음까지 껴 신고 가야 한다네
        
        

[감상]
맨발을 구두로 보는 시선이, 시가 무엇인가를 말해주는 것 같습니다.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 보이지 않는 것까지 내다보는 시선이 이 시에 있습니다. 그래서 시는 글짓기 같은 묘사보다는, 상상력이나 발견에 더 시적 가치가 있습니다. '세상의 온갖 흙먼지와 기름때를 입혀 광을 내고 있네'라는 좋은 발견이 내내 감동으로 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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