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소주병 -공광규

2004.04.29 17:53

윤성택 조회 수:1376 추천:174

시집《소주병》/ 공광규/ 실천문학사 시인선 (2004)
        
                
        소주병
        
        술병은 잔에다
        자기를 계속 따라주면서
        속을 비워간다
        
        빈 병은 아무렇게나 버려져
        길거리나
        쓰레기장에서 굴러다닌다
        
        바람이 세게 불던 밤 나는
        문 밖에서
        아버지가 흐느끼는 소리를 들었다
        
        나가보니
        마루 끝에 쪼그려 앉은
        빈 소주병이었다


[감상]
아버지와 술병과의 관계를 다시금 생각해보게 하는 시입니다. 자기 속을 비워내며 가족에게 채워주는 아버지. 그러면서 세월 속에 방치되는 묵묵한 아버지. 술 안에서 당당하다가도 술 밖으로 깨어나면 무기력한 아버지. 그런 아버지의 이미지를 이 시는 '빈 소주병'으로 눈물겹게 바꿔냅니다. 깡소주 마실 줄 알면 제몸이 비어 있다는 걸, 아버지처럼 깨닫게 되는 걸까요.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 추천 수
631 파행 - 이진수 2004.06.09 1286 180
630 고등어 - 이근화 2004.06.07 1440 198
629 희망에 부딪혀 죽다 - 길상호 2004.06.04 1759 227
628 18세 - 박상수 2004.06.03 1640 230
627 그곳에도 달빛이 닿았습니다 - 최재목 [2] 2004.06.02 1730 226
626 울음 - 강연호 2004.06.01 1721 202
625 비디오를 보는 남자 - 안시아 2004.05.30 1277 175
624 꿈속의 정물 - 이윤훈 [1] 2004.05.20 1345 175
623 장국영 - 서동욱 2004.05.18 1252 185
622 비 맞는 여인숙 - 이용한 [1] 2004.05.15 1255 176
621 더미 가족 - 마경덕 [1] 2004.05.12 1439 198
620 살구꽃 - 문신 2004.05.10 1512 189
619 환한 방들 - 김혜순 2004.05.08 1562 215
618 오길 잘했다 - 이상국 2004.05.07 1520 197
617 빈 잠 - 이하석 2004.05.06 1335 192
616 자전거 체인에 관한 기억 - 유홍준 2004.05.03 1414 202
615 질 나쁜 연애 - 문혜진 2004.04.30 1586 177
» 소주병 -공광규 [1] 2004.04.29 1376 174
613 암호 - 구순희 2004.04.28 1251 157
612 그리운 안개 - 류외향 [5] 2004.04.27 1439 1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