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속의 정물」/ 이윤훈/ 《현대시학》2004년 5월호
꿈속의 정물(靜物)
사과가, 천리를 달려온 심장 같다
수국 꽃이 폐같이 부풀고
뒹구는 레몬
알몸처럼 촉촉하다
이 안의 질서를 잡는 것은
태동(胎動)이다
얇은 꿈의 막이 탱탱하다
터질 듯하다
나는 숨을 몰아쉰다 곧 태어날 아기처럼
[감상]
첫 문장부터 이미지의 역동성에 놀랍니다. 짧은 시에 이처럼 강렬한 수사를 정교하게 배열해낸 것이 이 시의 장점입니다. 천리를 달려온 심장의 모양, 태반에 들어선 아이의 움직임이 사과의 형상으로 끊임없이 상상됩니다. 멈춰 움직이지 않는 것을 묘사와 직관의 힘으로 살아 움직이게 하는 힘, 다시금 詩로 맺어진 사과가 탐스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