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댄스 파티」/ 이정주/ 《다층》2004년 여름호
댄스 파티
파티가 익어가면서 나는 초조해지기 시작하네
모든 여자들이 나를 주시하고 있네
내가 찾던 여자는 보이지 않네
커다란 호박이 갈라지며 여자가 나타나네
맨발로 나타나네
첫눈에 나는 아네
구두의 주인이라는 것을
여자는 치마를 걷어올리고 나에게 발을 내미네
여자의 발에는 혈관이 무성하네
나는 여자의 발에 구두를 신기네
꼭 맞아요, 꼭 맞아요!
여자는 유리구두를 신고 제 자리에서 맴도네
내 맘도 잠시 따라 도네
나는 여자와 춤을 추네
내 마음은 조금씩 어두워지네
그건 깨어지는 거야
여자는 신이 나서 춤을 추네
기뻐서 어쩔 줄 모르네
여자의 눈에서 안약이 떨어지네
나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네
여자의 허리를 기둥처럼 끌어안고
나는 눈을 감네
내 눈에서도 눈물이 밀려나오네
음악은 매우 빨라지네
여자의 구두가 깨어지네
여자의 발바닥이 찢어지네
여자는 모르네 기뻐서 울며 춤추기만 하네
유리조각 질펀한 핏물 위에서 여자와 나는
눈물 흘리며 밤늦도록 춤추고 있네
[감상]
신데렐라를 아는 우리에게, 그러니까 상식과 고정관념으로 굳어진 신데렐라를 이 시는 상상력의 힘으로 새로운 환기를 시켜줍니다. 무엇보다도 그 안에서 인간의 욕망과 허영을 극명하게 드러낸 것이 인상적입니다. 여자의 성격은 시 전체를 통해 생생하게 살아나고, '그건 깨어지는 거야'라는 화자의 미묘한 심리 또한 관망하는 독자 시선과 일치시킵니다. 자신의 발이 피로 물들여지는 줄도 모르고 기뻐 춤추는 여자, 주위에서 한번쯤은 만날 수 있는 사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