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트워크」/ 정학명/ 제7회《시산맥상》수상작
네트워크
거미의 기다림은 고요하다
빛으로 가는 길목의 지도를 펴들고
한쪽 발을 팽팽한 거미줄에 가만히 얹어 놓고
거미는 붕붕거리는 밤곤충들의 날개소리를 듣는다
거미는 빛의 길목을 안다, 그러므로
빛으로 오르는 모든 길목에 거미줄을 편다
빛이야말로 밤곤충의 나침반임을 알기 때문이다
모든 밤곤충들은 어둠 속 저의 집으로부터
영혼을 사로잡는 빛을 향해 날아오른다
꿈의 방향이 너무도 명백한 그들은
갑작스런 거미의 투망질을 피하지 못한다
푸드득거림도 잠시
몸을 뚫고, 거미의 빨대는 꽂힌다
거미줄에 꽁꽁 갇힌 채
그들은 둥근 죽음의 고치가 되어버린다
전봇대를 세우러 다닌 적이 있었다
거미의 똥구멍이 되어서
힘껏 거미줄을 짜내고 있었다
지금 그 거미줄에 아들놈이 걸려 있다
어둠 속에서 움찔, 거미가 발을 내딛는 게 보인다
[감상]
거미의 생태와 먹이사슬을 치밀하게 관찰한 시입니다. 그 안에서 빚어지는 빛에 관한 사유, 또 더 나아가 우리네 삶에까지 아우르는 힘이 느껴집니다. 특히 '전봇대'와 '아들'로 전환되는 시적 환기는 신선함을 주는데, 자연에서 나를 발견하고 더 나아가 거미줄에서 아들의 목격이 깊이를 더하게 합니다. 먹이사슬과 약육강식의 일상이 어디 이곳뿐이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