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잡이」/ 김은규/ <월간 우이시> 2004년 7월호
손잡이
―전철역
너와 헤어져 돌아가는 중이다
추스려도 생각은 자꾸 비틀거리고
저 밖
덩굴장미 철없이 늘어뜨린 가지들
울타리 여윈 어깨가 떠받치고 선 길 어디쯤
기댈 곳 없는 그림자 길게 끌며 걸어가는
네 모습이 보인다
가파른 숨결을 쏟아내며 전철은 달리고
차창 밖 허공을 어둑히 흔들리고 있는
저 손잡이들,
나는 문득 소스라친다
때로는, 삶도 손잡이 같은 것이 아닐까
지친 가슴으로 기대오는 너 아니면
흔들림도 부질없는 몸짓에 불과한,
너의 무게 얼마쯤 건네 받아
잠시, 흔들림을 멈추고 싶은 잊고 싶은,
저 손잡이 같은 게 아닐까
간단없이 허공을 두드리는
가끔은 느닷없는 요동이 당혹스러운,
손잡이를 잡는다
너를, 나를,
그 막막한 흔들림을 잠시, 고정시킨다
[감상]
어디론가 떠나는 지하철 속 제각각 흔들리는 손잡이. 텅 빈 그 안을 누군가 잡아줬다면 막막하게 흔들리지는 않았을 텐데…. 이 시는 이별에서 오는 아련함을 지하철 손잡이라는 시적상관물을 통해 잔잔한 울림으로 바꿔냅니다. '흔들림'은 마음과 같은 거여서 당혹스럽다가도 부질없다가도 내내 소스라치게 놀라게 합니다. 시상이 흩어지지 않고 손잡이에 집중되어 끝까지 긴장이 느껴지는군요. 따뜻하게 손을 잡아줘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듯 싶습니다.
비내리는 날이 계속 되다가 잠시 맑게 개인 듯 합니다. 맑은 하루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