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석 읽기」/ 채풍묵/ 『문학사상』1999년 등단
화석 읽기
가치 있는 화석이 되려면
급살 맞는 삶이어야 좋단다
배꽃 과수원 하얀 산사태
산마루 치솟는 불길 철쭉 활화산
흙이든 화산재든 순식간에 휩쓸려
향기마저 밀폐되는 시간 속에
아득히 묻혀 버려야 한단다
한 때는 단단한 뼈였을 갈망
더 단단히 썩어 돌이 되고나면
고생대 중생대
뿌리 깊게 가라앉은 지층
지표면에 움터 상승한단다
요정의 눈물이 되는 호박
암몬신의 뿔이 되는 암모나이트
살아 있는 그리움으로 죽어
사랑이란 이름을 얻는단다
[감상]
퇴적물 중에 매몰된 채 지상에 드러나는 화석의 생성과정을 시인만의 시선인 '급살 맞는 삶'으로 들여다봅니다. 생성과정의 앞뒤 논리를 이어가는 것도 개연성이 있고, '살아 있는 그리움'의 흔적 또한 마음에 남습니다. 그러니 과거 옛 유물들은 우리에게 어떻게 읽혀지고 싶을까요. 화석은 절박한 것들이 굳어진 그 어떤 징표는 아닐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