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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내리니 덕석을 생각함 - 박흥식

2004.11.09 13:49

윤성택 조회 수:1124 추천:164

「눈 내리니 덕석을 생각함」 / 박흥식/ 《창작과비평》2004년 봄호


        눈 내리니 덕석을 생각함

        섣달그믐을 앞둔 불 꺼진 구멍가게 맥주상자 뒤에서 기침 소리가 들린다

        소주병 힘없이 쓰러지는 소리 따라 들린다

        눈은 유들유들 내리고

        고양이 쓰레기종량제 비닐봉지를 찢어 헤치는

        이 밤은 갈 곳 없는 중년의 저 사내와 눈 밑에 딴딴히 얼어붙은 땅뿐이로구나

[감상]
‘덕석’은 추울 때 소의 등을 덮어주는 멍석을 말합니다. 제목의 암시는 마지막연 사내와 맞닿아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 시가 좋은 이유는 수사의 기름기가 빠진, 진정성에서 강력한 서정의 힘이 있기 때문입니다. 사내가 어디서 왔는지 왜 맥주상자 뒤편에 있어야 하는지의 인과는 연과 연 사이 상상력으로 열려 있습니다. 풍경에 골몰하게 되는 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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