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내리니 덕석을 생각함」 / 박흥식/ 《창작과비평》2004년 봄호
눈 내리니 덕석을 생각함
섣달그믐을 앞둔 불 꺼진 구멍가게 맥주상자 뒤에서 기침 소리가 들린다
소주병 힘없이 쓰러지는 소리 따라 들린다
눈은 유들유들 내리고
고양이 쓰레기종량제 비닐봉지를 찢어 헤치는
이 밤은 갈 곳 없는 중년의 저 사내와 눈 밑에 딴딴히 얼어붙은 땅뿐이로구나
[감상]
‘덕석’은 추울 때 소의 등을 덮어주는 멍석을 말합니다. 제목의 암시는 마지막연 사내와 맞닿아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 시가 좋은 이유는 수사의 기름기가 빠진, 진정성에서 강력한 서정의 힘이 있기 때문입니다. 사내가 어디서 왔는지 왜 맥주상자 뒤편에 있어야 하는지의 인과는 연과 연 사이 상상력으로 열려 있습니다. 풍경에 골몰하게 되는 시입니다.
저는 물빛동인회(이진흥시인)의 서경애입니다.
년전부터 와서 시를 읽고 많이 보듬어 갔습니다.
진작에 말씀을 드려야 하는데, 결례가 되었지요?
공부를 하려고 보듬어갔습니다.
앞으로도 보듬어가도 되올런지요?
늘 고맙습니다.
하시는 일들이 잘 이루어지기를 기원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