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도」/ 도혜숙/ 제8회《시산맥상》수상작
울릉도
한 여자가 부두를 깔고 앉아있다
달이 떨군 빛살들이 바다의 경계를
허물 듯 퍼덕거린다 파도는 그녀가
앉아있는 곳까지 발길질을 해댄다
바람이 걸어놓은 오선줄에 그녀의
머리카락이 높은음자리표로 흔들린다
섬에서 살아가는 일이란, 늘상 안주가
필요없이 고량주 해풍을 마시는 것,
찌를 올릴 때마다 취한 갈매기만 걸린다
산 벼랑 위 石香이 길라잡이처럼
그녀에게 붉은 신호를 보내고 있다
육지가 힘들게 할 때마다 그녀는
뜨게부부처럼, 팔뚝 두꺼운 석향나무
우죽에 깃들어 살고 싶었다
바다와 수직으로 잠들 수 있는
더 이상 아득한 벼랑은 없을 것이므로,
나흘 째 배는 돌아오지 않고 있다
섬 가득 *민들레경보가 흩날리고 있다
때로는 갇히기 위해 떠나기도 하는 것,
폭풍을 빌어서라도 누군가를 가두기 위하여
꽃잎처럼 섬은 떠 있는 것이다
그녀는 어디쯤 정박해 있는 것일까
부두에는 그녀가 앉은 자리
섬국화같은 흰 손수건 한 장 피어오른다
*민들레 : 올해 7월초 우리나라를 강타한 폭풍의 이름
[감상]
마음 속 울릉도의 위치는 참 먼 곳에 있는 섬으로 느껴집니다. ‘울릉도’라고 발음하면 생각은 동해의 수많은 풍랑과 풍랑을 건너 아득하고 쓸쓸한 편으로 몰려가고요. 돌아와야 할 배를 기다리는 아낙의 묘사가 치열한 조형력으로 돋보입니다. 낮은 곳을 살피는 시선도 그렇도 ‘민들레경보가 흩날리고 있다’의 발견도 참신하게 읽히는군요.
윤성택 선생님 시를 많이 지어서 많이 올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