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정을 복사하다》/ 이화은/ 문학수첩 시인선
쓸쓸한 중심
꽃은
그 나무의 중심이던가
필듯말듯
양달개비꽃이
꽃다운 소녀의 그것 같아
꼭 그 중심 같아
中心에서 나는 얼마나 멀리 흘러와 있는가
꿈마저 시린
변두리 잠을 깨어보니
밤 사이 몇 겁의 세월이 피었다 졌는지
어젯밤 그 소녀 이제는 늙어
아무 것의 한 복판도 되지 못하는
내 중심 쓸쓸히 거기에
시들어
[감상]
양달개비꽃은 아침에 피어 오후에 시든다는군요. 그 피고 지는 것이 우리네 인생만 같아 이 시가 가슴에 와 닿습니다. 특히 ‘소녀의 그것’ 같은 필듯말듯한 꽃의 모양이 어떨까 싶어서 찾아보니, 자줏빛 도는 꽃들은 죄다 활짝 핀 사진뿐이더군요. 여하간 양달개비꽃이라는 시적 상관물을 통해 화자의 몸을 들여다보는 시선에서 깊이가 우러납니다. 인터넷 발달에 포르노 산업이 일조했듯 ‘소녀의 그것’이라는 시각적 공감은, 아무래도 이 시대의 남성들이 누릴 수 있는 수많은 팝업창에서가 아닐까 싶은.
그 나무의 중심이던가....꽃이 나무의 중심으로 보는 시각이 마음을 확 끈다...가장 청순하고 아름다운..주의의 시선과 사랑을 받는 소녀의 나이에서 ..점점 멀어져 이제는 어느 시선의 중심도 되지 못하는 나이에 들어선 쓸쓸함...깊이 동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