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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쓸한 중심 - 이화은

2004.12.16 10:26

윤성택 조회 수:1588 추천:179

《절정을 복사하다》/ 이화은/ 문학수첩 시인선

        
        쓸쓸한 중심

        꽃은
        그 나무의 중심이던가
        필듯말듯
        양달개비꽃이
        꽃다운 소녀의 그것 같아
        꼭 그 중심 같아
        中心에서 나는 얼마나 멀리 흘러와 있는가
        꿈마저 시린
        변두리 잠을 깨어보니
        밤 사이 몇 겁의 세월이 피었다 졌는지
        어젯밤 그 소녀 이제는 늙어
        아무 것의 한 복판도 되지 못하는
        내 중심 쓸쓸히 거기에
        시들어

[감상]
양달개비꽃은 아침에 피어 오후에 시든다는군요. 그 피고 지는 것이 우리네 인생만 같아 이 시가 가슴에 와 닿습니다. 특히 ‘소녀의 그것’ 같은 필듯말듯한 꽃의 모양이 어떨까 싶어서 찾아보니, 자줏빛 도는 꽃들은 죄다 활짝 핀 사진뿐이더군요. 여하간 양달개비꽃이라는 시적 상관물을 통해 화자의 몸을 들여다보는 시선에서 깊이가 우러납니다. 인터넷 발달에 포르노 산업이 일조했듯 ‘소녀의 그것’이라는 시각적 공감은, 아무래도 이 시대의 남성들이 누릴 수 있는 수많은 팝업창에서가 아닐까 싶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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