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레스트검프> / 문석암/《문학동네》1999년 여름호, 제5회 신인상 당선작
포레스트검프
사랑이라 믿었던 순정한 것들이
명치끝을 통과해
영영, 돌아오지 않았을 때
나는 달리기 시작했다.
명치 속 검붉은 멍을 쪼며
자라던 가엾은 유리새들
길바닥에 깨어지고
나, 검은 짐승처럼
이 생을 뛰어넘고 싶었다.
넘어져 울어도 아무도 오지 않았던
어린 날처럼
울음 뒤에 오는 평화를 홀로 일으켜 세우며
나는 달린다.
달리면 달릴수록 내 몸 안에 버려둔 발짝들이
흘러넘쳐 나를 데리고 강으로 가고
강가에는
‘프랑스제과’ ‘가람서적’ ‘정든다실’ 같은 산 그림자 흘러내려.
나는 빠르게 은어떼 사이로 미끄러진다.
내가 달리는 이유는
열병보다 빨리 달려 병을 떨어뜨린다는
아프리카 원주민의 말씀 같은 것.
어둠은 고양이의 발톱처럼
캬릉!
뒷목을 할퀴려고 하지만
하!하!
나는 강낭콩보다 푸르게 튀어오른다.
달리면서 바라보는 것들 속엔 심장이 뛴다.
새벽을 달리는 불자동차는 불타는 심장이
흰 우유를 가득 싣고 달리는 자전거에는 밀초 같은 심장이
감청빛 교복을 입은 여학생에게는 레몬 같은 심장이
탁탁, 어둠을 두드리며 지나간다.
두드려라
모든 것들이여
전봇대를 두드려 전나무를 만들고
가로등을 두드려 꽃을 만들고
폐가를 두드려 카페를 만들고
불행을 두드려 사랑을 만들어라.
그리하여
더이상 두드릴 것이 없을 때
나를 두드려
더 먼 곳으로 가게 해다오.
다시 나를 일으키는 불행이 있는 곳
그래서 더 멋진
천치 같은 행복이 있는 곳.
그제서야
천 개의 다리를 벗어버리고
깃털처럼 고요히 차오를 듯 차오를 듯
가라앉게 해다오.
[감상]
이 시를 읽으니 왠지 달리고 싶어지는군요. 그런데 정말 인생은 초콜릿 상자 같은 걸까…
이 시와 영화의 느낌이 콩닥콩닥 뛰는 심장으로 같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