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멎은 풍경 - 김휘승

2005.04.08 17:03

윤성택 조회 수:1484 추천:199

<멎은 풍경> / 김휘승/ 《문학과사회》 2005년 봄호

  멎은 풍경

  불쑥 속으로 파고드는, 시린, 그런 것이었다.

  그냥 지나침이었다,  몇 발짝마다 더듬거리는 골목의 외등 빛이 있었고,
끼어들듯 나타난 고양이는 제 걸음 속으로 숨어드는, 걸음으로 지나갔다,
몸보다  몇 겹으로 더 바뀌는 그림자는  딴 시간 딴 몸짓으로 가는 듯, 스
쳐갔다,  다시 스칠 일 없이 모른 채  멀어지는  실루엣이 꽁초를 버렸다,
슬쩍 내비치는 표정으로 피고 졌고, 멀어졌고, 사라졌다,  전봇대는 맞지
않는 고대의 폐허처럼 먼 시간의 뼈로, 서 있었다, 덕지덕지 붙은 광고지
들이 떠난 시간의 흔적으로, 너덜거렸다, 부서져 내리듯, 잎 없는 나무가
바닥에 스산했고, 건너갔다, 시린, 멎은 풍경이었고, 밤이 지나치고 있었
다.

[감상]
시 전체에 슬픔이 배여 있는 것 같습니다. 가끔 아주 익숙하다고 생각했던 풍경이 낯설어지는 때가 있습니다. 이 시는 쉼표로 묶어 전환되는 각 공간을 마치 영화장면의 씬(scene)처럼 배열해놓습니다. 시간과 공간을 정지된 풍경으로 잡아내는 것도 그렇고, 쉼표의 완급조절도 돋보이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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