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멎은 풍경> / 김휘승/ 《문학과사회》 2005년 봄호
멎은 풍경
불쑥 속으로 파고드는, 시린, 그런 것이었다.
그냥 지나침이었다, 몇 발짝마다 더듬거리는 골목의 외등 빛이 있었고,
끼어들듯 나타난 고양이는 제 걸음 속으로 숨어드는, 걸음으로 지나갔다,
몸보다 몇 겹으로 더 바뀌는 그림자는 딴 시간 딴 몸짓으로 가는 듯, 스
쳐갔다, 다시 스칠 일 없이 모른 채 멀어지는 실루엣이 꽁초를 버렸다,
슬쩍 내비치는 표정으로 피고 졌고, 멀어졌고, 사라졌다, 전봇대는 맞지
않는 고대의 폐허처럼 먼 시간의 뼈로, 서 있었다, 덕지덕지 붙은 광고지
들이 떠난 시간의 흔적으로, 너덜거렸다, 부서져 내리듯, 잎 없는 나무가
바닥에 스산했고, 건너갔다, 시린, 멎은 풍경이었고, 밤이 지나치고 있었
다.
[감상]
시 전체에 슬픔이 배여 있는 것 같습니다. 가끔 아주 익숙하다고 생각했던 풍경이 낯설어지는 때가 있습니다. 이 시는 쉼표로 묶어 전환되는 각 공간을 마치 영화장면의 씬(scene)처럼 배열해놓습니다. 시간과 공간을 정지된 풍경으로 잡아내는 것도 그렇고, 쉼표의 완급조절도 돋보이는군요.
전 시는 눈에 안들어오고
쉼표만 눈에 아른거려 깊은 생각을 하다가....
그만 뭔 내용인지 모르고 시를 다 읽어버렸군요
쉼표가 내용을 분산 시키는 역활도 하는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감상 잘하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