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복도로에 쪽배가 떴다」 / 고영 / ≪시작시인선≫ 근간
산복도로에 쪽배가 떴다
산복도로에 한 척의 방이 정박해 있다
저 방에 올라타기 위해선 먼저 계단을 올라야 한다
백마흔여섯 계단 위에 떠 있는 섬 같은 방
바람이 불 때마다 티브이 안테나처럼 흔들렸다가
세상이 잠잠해지면 방금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능청스럽게 딴청을 피우는 그녀의 방은
1m높이의 파도에도 갑판이 부서질 만큼 작고 연약한 쪽배다
저 쪽배엔 오래된 코끼리표 전기밥통이 있고
성냥개비로 건조한 모형함선이 있고
좋은 추억만 방영하는 14인치 텔레비전이 있다
갑판장 김씨를 집어삼킨 것은 20m의 파고라고 했던가,
사모아제도에 배가 침몰하는 순간 그는 어쩌면
가랑잎 같은 아이를 가랑가랑 쪽배에 싣고
신출내기 선장이 된 그녀,
멀미보다 힘든 건 그리움이었다
그리움이 쌓일수록 계단 숫자도 늘어
어느덧 산꼭대기까지 밀려온 쪽배 한 척
그녀에게선 사모아제도의 깊은 바다냄새가 난다
높은 곳으로 올라야 아빠별을 볼 수 있다고
밤마다 전갈자리별에 닻을 내리는 쪽배의 지붕으로
백년 만에 유성비가 쏟아져 내린다
[감상]
산복도로란 산의 허리나 중턱으로 난 도로를 말합니다. 아마도 시적 공간은 바다가 내다보이는 방인 듯싶은데 시 전체를 아우르는 서정과, 그것과 맞물려 자연스럽게 풀어내는 집안 내력이 인상 깊습니다. 남편을 잃고 막막한 어둠을 헤쳐 가야하는 신출내기 선장의 그녀. 그 지난한 쪽배의 방에서 느끼는 ‘멀미보다 힘든 건 그리움이었다’에 울컥 걸려옵니다. 백년 만의 유성비가 그러하듯, 시에서 희망을 볼 수 있어 더욱 아름다운 시입니다.
좋다고 느끼는 것은 비슷한가 봅니다
저도 멀미보다 힘든 건 그리움이었다에 마음이 머물러 있었지요
가랑잎 같은 아이를 가랑가랑 쪽배에 싣고란
표현도 좋으네요
그녀의 삶은 남편을 잃고
쪽배처럼 위태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 상황 속에서 가랑잎 같은 아이가 있다는 것은
그녀가 살아야 할 희망이었을 거라고 생각해봅니다
높은 곳으로 올라야 아빠별을 볼 수 있다고....
어머니의 마음이 느껴져서 마음 안타깝게합니다
그녀가 타고 있는 쪽배가 먼 훗날
든든한 큰 배가 되어 드넓은 바다를 항해하길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