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발』 / 문태준 / 창작과비평사 시인선
저물어가는 강마을에서
어리숙한 나에게도 어느 때는 당신 생각이 납니다
당신의 눈에서 눈으로 산그림자처럼 옮겨가는 슬픔들
오지항아리처럼 우는 새는 더 큰 항아리인 강이 가둡니다
당신과 나 사이
이곳의 어둠과 저 건너 마을의 어둠 사이에
큰 둥근 바퀴 같은 강이 흐릅니다
강 건너 마을에서 소가 웁니다
찬 강에 는개가 축축하게 젖도록 우는 소를 어찌할 수 없습니다
낮 동안 새끼를 이별했거나 잃어버린 사랑이 있었거나
목이 쉬도록 우는 소를 어찌할 수 없습니다
우는 소의 희고 둥근 눈망울을 잊을 수 없습니다
어리숙한 나에게도 어느 때는 당신 생각이 납니다
[감상]
살아가면서 우리는 종종 헤어지고 또 영영 타인이 되기도 합니다. 건너가거나 건너올 수 없는 강 너머 ‘울음소리’를 어쩌지 못하는 것처럼, 이 시는 그런 아련함을 가져다주는군요. 물이 담긴 공간 이동이 이 시의 주된 흐름인데, ‘눈’에서 ‘항아리’로 ‘강’으로 소의 ‘눈망울’로 그러다 다시 ‘눈’으로 되돌아오는 유연한 흐름이 ‘생각’을 더 간절하게 하는 장치가 됩니다. ‘어리숙한’으로 낮아지는 그 눈망울을 생각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