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재중> / 김경주/ 《다층》2005년 여름호
부재중
말하자면 귀뚜라미 눈썹만한 비들이 내린다 오래 비워둔 방
안에서 혼자 울리는 전화 수신음 같은 것이 지금 내 영혼이다
예컨대 그 소리가 여우비 는개비 내리는 어느 식민지의 추적
추적한 처형장에서 누군가 이쪽으로 걸어 두고, 바닥에 내려
놓은 수화기를 통해 흘러나오는 댕강 댕강 목 잘리는 소리인
지 죽기전 하늘을 노려보는 그 흰 눈깔들에 빗물이 번지는 소
리가 들려오는 것인지 아니면 카자흐스탄에 간 친구가 설원
에서 자전거를 배우다가 무릎팍이 깨져 울면서 내게 1541을
연방연방 보내는 소리인지 아무튼 나 없는 방안에서 나오는
그 소리가 지금 내 영혼이다 나는 지금 이 세상에 없는 계절
이다 그대라는 봄을 타는지도 모르겠다 비 맞으며 귀신이 자
신의 집으로 저벅저벅 문상 간다 생전에 신던 신발을 들고 운
다 산에 핀 산꽃이 알토기의 혀 속에서 녹는다 돌 위에 해가
떨어진다 피난민처럼 나는 숨어서만 운다
[감상]
백석의 <흰 바람벽이 있어>의 현대판 쯤으로 읽힐까요. 방 안에서 빗소리를 듣는 화자의 심리가 쓸쓸함과 더불어 잔잔한 울림을 줍니다. 닫힌 방 한 칸의 공간이지만 상상력은 시공간을 넘나들며 빼어난 비유로 펼쳐집니다. <지금 내 영혼이다>에 배여 있는 사색의 단호함도 인상 깊습니다. 시작메모에 쓴 시인의 글, <나는 이 세상에 기억이란 방 한 칸을 얻어 잠시 살고 있는 시간이다 당신도 그러한가>라는 질문을 곰곰이 생각해봅니다.
여우비 는개비 내리는
이게 뭔가요?
오타인가요?;; 아니면 제가 이상하게 읽는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