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 / 박경희 (2001년『시안』등단)/ 《산도 생명이다》詩/書/展 (2005) (민족작가회의 대전 충남지회)
色
살 냄새가 난다, 고
두륜산을 오르던 애인이
내 목덜미에 코를 댄다
순간, 바위에 앉아 숨 고르던
바람이
엉덩이를 들썩이며
동백꽃을 건드린다
내 몸이 놀라 저 멀리 달아난다
애인은 허공을 쥔
내 손을 붙잡고
오르는 내내
살 냄새가 나, 살 냄새가 나
떨어지는 햇살처럼
가슴 아래서 부서졌다
젖꼭지가 맹감처럼
빨개지는 초겨울
산중
[감상]
<살 냄새>에서 이어지는 풍경과, <손을 붙잡고> 오르는 산행에서 달큼한 연애의 여운이 전해집니다. 몸에서 기인된 감정이 <맹감>으로 마무리되는 서정은 그야말로 이 시의 빼어난 화룡점정입니다. 빨갛다와 여색쯤일까요. <色>의 다의성을 품은 제목도 그렇거니와, <산중>에서 느껴지는 아련한 로맨스도 아늑하게 느껴집니다. 맹감이 무언가 싶었는데 ‘청미래’라는 덩굴이더군요. 아주 작은 감 같아서 충청도에서는 맹한 감, 맹감인가 봅니다.
좋은 시 잘 감상하고 갑미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