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아라 풍선> / 마경덕 / 2003년《세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날아라 풍선
끈을 놓치면 푸드득 깃을 치며 날아간다.
배봉초등학교 운동회, 현수막이 걸린 교문 앞에서 깡마른 노인이 헬륨가스를
넣고 있다. 날개 접힌 납작한 풍선들. 들썩들썩, 순식간에 자루만큼 부풀어오른
다. 둥근 자루에 새의 영혼이 들어간다. 노인이 풍선 주둥이를 묶는다. 하나 둘,
공중으로 떠오르는 새털처럼 가벼운 풍선들. 절정에 닿는 순간 팡, 허공에서
한 생애가 타버릴, 무채색의 가벼운 영혼이 끈에 묶여 파닥인다. 평생 바람으로
떠돌던 노인의 영혼도 낡은 가죽부대에 담겨있다.
함성이 왁자한 운동장, 공기주머니 빵빵한 오색풍선들, 첫 비행에 나선 수백
마리 새떼 하늘로 흩어진다. 뼈를 묻으러 공중으로 올라간다.
[감상]
풍선은 하늘 높이 날아올라 파열음을 내며 터져버리기도 하지만, 끝 갈 데까지 날아가는 그 방향성 때문에 축제와 즐거움, 청춘이 떠올려집니다. 이 시에 등장하는 <깡마른 노인>은 이러한 풍선의 모습과 낯설게 결합합니다. 그러면서 풍선은 <새>와 더불어 육체의 알레고리, 즉 노인의 육체성에 대한 의미를 일깨워줍니다. <평생 바람으로 떠돌던 노인>에게 풍선은 그야말로 생명의 자각을 의미하는 의미론적 기호입니다. 노인은 <무채색의 가벼운 영혼>처럼 生의 피로와 권태에서부터 <수백 마리 새떼>로 벗어나고 싶었는지도 모릅니다. 어린 아이들의 공간 초등학교 운동회에서, 세월의 압력으로 쪼글쪼글해진 노인, 언제 죽음으로 터져버릴 지 모르는 지상에서의 삶. <뼈를 묻으러 공중으로 올라>가는 풍선의 생애와 오버랩되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