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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방 - 송기흥

2005.08.25 14:58

윤성택 조회 수:1677 추천:205

<나방>/ 송기흥/ 2001년 《시안》으로 등단



        나방  

        스님 한 분이 찾아오셨다
        그런데, 어디가 아픈지
        몸을 뒤틀며 쓰러지셨다
        입적이라도 하셨는가, 들여다보니
        온몸을 떨고 있다
        가을볕 부신 툇마루에 잿빛 무늬
        가사(袈裟)의 물결이 아른거린다
        생이, 이처럼 떨리는 그 무엇이었다는 건지
        생을, 이처럼 진저리치며 살아야 한다는 건지
        오래 떠돌다 돌아온 구도자의 심중이
        장삼자락 안에서 떨고 있다
        다음 생으로 건너가기 직전이다


[감상]
<스님>을 <나방>으로 비유하는 상상력에서 생에 대한 암시가 돋보이는 시입니다. 죽음을 앞둔 나방의 형세를 <가사>와 <장삼>으로 밀도 있게 묘사한 것이나, 불교적 장식이 있다 해도 거슬리지 않는 정서의 주조도 깊이를 더합니다. <생을, 이처럼 진저리치며 살아야 한다>라는 직관을 일궈내기까지의 경건한 시선을 기억해야겠습니다. 삶과 죽음이 서로 건너갔다 건너오는 것이라는 걸, 새삼 느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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