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마루는 나이테가 없다>/ 차주일/ 《시작》2005년 가을호
오래된 마루는 나이테가 없다
딛는 순간 앙다문 울음소리 들린다
숨겨둔 현(絃)이라도 긁힌 양 온몸으로 파장 받아내며
최소 울음으로 최대 울음을 가두었다
증조모의 관을 떠멘 걸음 삭풍처럼 휘어 받고
네발 아기 걸음을 씨방처럼 터뜨렸다
발자국 없이도 걸어가는 시어미 심사가 붙은
종가의 대소사를 활대질로 다 받아주면서
얼마나 울어 지운 것인가
오래된 마루는 나이테가 없다
어머니는 아직도 마루에서 주무신다
봄볕은 모로 누운 어머니를 마루로 여기는 듯
축 늘어진 젖통을 눈여겨보지 못한다
걸레질로 지운 나이테가 파문처럼 옮겨 앉은 몸은
걸레를 쥐어짜듯 뒤틀려 있다
모로 뒤척이는 몸에서 훔친 자국 같은 그림자가 밴다
닦을수록 어두워지는
어두워질수록 빛나는 마루의 속을 이제야 알겠다
걸레의 잠이 끝나면 마루 또한 잠들 것이다
제 그림자 숨겨둔 현 지울 때까지 울어재낄 것이다
[감상]
오래된 마루에 발을 디디면 삐꺽거리는 소리가 납니다. 마치 마루는 여린 악기처럼 음을 내는 것이지요. <활대질>에서 알 수 있듯 마루를 해금으로 연상케 하는 발상이 놀랍습니다. 종갓집 며느리인 어머니가 걸레로 훔치고 또 훔치는 마룻바닥은 그래서, 애잔한 해금의 선율처럼 生의 무늬가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또한 몸의 주름을 <걸레질로 지운 나이테가 파문처럼 옮겨 앉은 몸>으로 일체화 시키는 비유도 섬세하게 읽힙니다. 마루를 통해 어머니를 볼 수 있는, 내적 절실함과 진정성을 다시금 생각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