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관적인 달〉/ 박일만/ 《현대시》 2005년 10월호 신인당선작 中
객관적인 달
1
저문 당신의 정원은 관습처럼 교교하다.
서늘한 눈빛으로 당신의 정원을 흔드는,
나는, 객관적인 달이다.
망연한 허공 그 중심을 듣고 서서
은하계와 내통하는 은밀함으로
오늘밤 당신과 불온한 인연을 맺고 싶다.
그러나 당신은, 내가 도저히
건널 수 없는 무채색의 들판을 키우고,
수심 가득한 책을 읽는다.
나는, 세상에서 가장 낮은 목소리로,
당신의 이름을 부른다, 성호를 긋듯,
마, 리, 아
2
당신, 내 안에 있군요.
무수한 시간 속에 나를 저장하는군요.
쿵쾅거리는 심장의 격렬함,
마음속 깊이
희미한 의식에 전깃불이 들어오면서
붉은 피가 흐르네요.
오래 전에 꾸었던 꿈의 한 장면이
스, 크, 랩, 되, 네, 요.
내가 당신 안에 있어도 될까요?
추억 속에 깨알 같은 시간을 슬어 놓고····
[감상]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은 미립자의 배열로 점멸하는 세계입니다. 마찬가지로 컴퓨터 모니터 상의 세상도 픽셀(화소)의 점멸로 이뤄진 공간이지요. 인터넷 보급율 세계1위, 우리는 사이버 상의 아이템 등을 현금으로 거래하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점점 현실과 가상의 경계가 허물어져, 끝내 두 세계는 단지 <해상도의 차이>로 구분될지 모릅니다. 이 시는 그런 현실과 가상의 <달>을 <객관적>으로 미립자와 픽셀의 단위처럼 계측합니다. 신(神)에게 조차 가호를 비는 현실과 가상이 혼융된, 스산한 징후가 낯설고 독특하게 읽히네요.
잘 계시지요?
졸작을 좋게 봐주셔서 부끄럽고 감사합니다
늘 건강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