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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린 하늘 - 나금숙

2005.10.27 15:35

윤성택 조회 수:2241 추천:243

〈흐린 하늘〉/ 나금숙/ 2000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흐린 하늘

        흐린 하늘은
        많은 씨방을 가졌다
        물알갱이로 된 씨방들은
        가끔 제 부피를 견디지 못한다
        기류가 일렁일 때
        얇아질대로 얇아진 껍질이
        터지곤 한다
        산화하는 물방울들
        물의 씨앗들
        텀벙
        물상 안으로 튀며 뛰어든다
        사물들은 가슴께가 간지럽다
        윤곽들 흐려지며
        경계가 무너진다
        흐린 하늘이 스며
        사물들 모두 물의 씨앗을 갖는다


[감상]
'물의 씨앗'이라는 강렬한 상징이 이 시의 착상입니다. 이런 비유로 인해 상상력의 폭도 커지기 마련입니다. 비 오는 날 구름의 형상과 작용이 '씨방'이 되고, '빗방울'은 씨앗의 형세로 끝없이 변주됩니다. '씨방'과 '씨앗'의 순환을 통해, 자연에 대한 생명 인식을 다시금 생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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