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바라기〉/ 조은영/ 2004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해바라기
촘촘히 매미울음 박혀 있는 유원지,
그녀는 해를 따라 돈다
폭염이 수위를 넘길 무렵
여자의 걸음걸이 따라
챙 넓은 모자가 노랗게 나푼댄다
햇살이 심어 놓은 주근깨 가득한
그녀의 얼굴, 길고 가녀린 목이 휘어진다
이제쯤 꽃들을 꺼내려는 것일까
유치원아이들이 몰려와 매달리자
가지처럼 늘어진 어깨 끈 아래로
아이스박스가 휘청, 흔들린다
뚜껑이 열리자 일제히 빨려 들어가는 열기들,
그 틈으로 하얗게 숨쉬던 꽃들이 한 송이씩 올라온다
음지에 피려는 아기의 느린 숨소리를
여자는 온몸 까실한 잔털로 들었을까
서쪽으로 돌아선 태양을 붙잡으려는 듯
여자가 아이스박스를 맨다
한참 뒤, 그늘을 쥔 담벼락에 붙들려
흐느적거리는 그녀가 입덧을 한다 수많은
넝쿨손이 뻗어나와 허공을 휘감고 있다
꽃을 피우기 전
해바라기는 해를 따라 돈다
[감상]
여름 한낮 공원의 적요 속, 광장 가운데 유치원 아이들이 해바라기 씨처럼 촘촘히 몰려 있습니다. <해바라기>라는 속성과 아이스박스를 맨 여자, <임신> 등으로 이어지는 알레고리적 흐름이 꽉 짜여진 단편영화 같습니다. <해바라기>의 이미지는 <매미울음>, <주근깨> 등으로 형상화되다가도, <그늘을 쥔 담벼락>으로 일체화되기도 합니다. 입덧의 거북함을 <까실한 잔털>로 섬세하게 들여다보는 시선도 돋보이는군요. 꽃 핀 해바라기는 해를 따라 움직이지 않고, 다만 어린 해바라기의 녹색 봉오리가 해를 따라 돕니다. 꽃 피우기전 <해바라기>가 해를 따라 도는 이유, 거기에는 어떤 의미가 광합성 되어 있을까 곰곰이 생각해보게 합니다.
색감도 일치시켜 놓은 것 같아요
해바라기의 노란색과 챙 넓은 여자의 모자가 노랗게...
시의 연관성을 잘 생각하고 쓴 시같군요
여름 공원에서 유치원 아이를 기다리던 임신한 어머니,
유치원생 아이와 걸어가며 입덧하는 모습이 그려집니다
참 멋진것은요
음지에 피려는 아기의 느린 숨소리
뱃속의 아기를 뜻하는 것 같구요
화자는 해바라기 활짝 피어있는 담벼락에 기대어
입덧을 하면서 뱃속에서 아이의 움직임을 느낀 것 같아요
해바라기의 까칠한 잔털을 보면서 아마도 화자는
입덧하여 까칠해진 자신의 모습과 연결 시킨 것 아닐까 하고 생각해요
꽃을 피우기전
임신한 아기가 태어나는 것을 의미하는 것 같은데요
아기가 태어나기 전
1연에서 보면 그녀는 해를 따라 돈다라고 표현했으니
해바라기는 그녀가 되겠지요
아기가 태어나기전 그녀는 해를 따라 돈다
나름대로 마지막 연을 이렇게 상상하며 읽었습니다 ^^
감상 잘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