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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바라기 - 조은영

2005.11.01 12:55

윤성택 조회 수:3060 추천:251

〈해바라기〉/ 조은영/ 2004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해바라기

        촘촘히 매미울음 박혀 있는 유원지,
        그녀는 해를 따라 돈다

        폭염이 수위를 넘길 무렵
        여자의 걸음걸이 따라
        챙 넓은 모자가 노랗게 나푼댄다
        햇살이 심어 놓은 주근깨 가득한
        그녀의 얼굴, 길고 가녀린 목이 휘어진다
        이제쯤 꽃들을 꺼내려는 것일까
        유치원아이들이 몰려와 매달리자
        가지처럼 늘어진 어깨 끈 아래로
        아이스박스가 휘청, 흔들린다
        뚜껑이 열리자 일제히 빨려 들어가는 열기들,
        그 틈으로 하얗게 숨쉬던 꽃들이 한 송이씩 올라온다
        음지에 피려는 아기의 느린 숨소리를
        여자는 온몸 까실한 잔털로 들었을까
        서쪽으로 돌아선 태양을 붙잡으려는 듯
        여자가 아이스박스를 맨다
        한참 뒤, 그늘을 쥔 담벼락에 붙들려
        흐느적거리는 그녀가 입덧을 한다 수많은
        넝쿨손이 뻗어나와 허공을 휘감고 있다

        꽃을 피우기 전
        해바라기는 해를 따라 돈다


[감상]
여름 한낮 공원의 적요 속, 광장 가운데 유치원 아이들이 해바라기 씨처럼 촘촘히 몰려 있습니다. <해바라기>라는 속성과 아이스박스를 맨 여자, <임신> 등으로 이어지는 알레고리적 흐름이 꽉 짜여진 단편영화 같습니다. <해바라기>의 이미지는 <매미울음>, <주근깨> 등으로 형상화되다가도, <그늘을 쥔 담벼락>으로  일체화되기도 합니다. 입덧의 거북함을 <까실한 잔털>로 섬세하게 들여다보는 시선도 돋보이는군요. 꽃 핀 해바라기는 해를 따라 움직이지 않고, 다만 어린 해바라기의 녹색 봉오리가 해를 따라 돕니다. 꽃 피우기전 <해바라기>가 해를 따라 도는 이유, 거기에는 어떤 의미가 광합성 되어 있을까 곰곰이 생각해보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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