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상〉/ 정병근/ 1988년 《불교문학》으로 등단
옥상
몸빼에 난닝구바람의 늙은 여자
축 늘어진 젖통 다 보인다
여자는 저 젖통으로 시퍼런
허기를 먹여 살렸을 것이다
팔일오와 육이오를 올망졸망 데리고
보릿고개를 넘어왔을 것이다
벽돌로 막은 한켠에
토마토와 고추 모종이 심어져 있고
월경처럼 꽃 몇 송이 피었다
꽃이란 무엇인가
백주대로의 섹스처럼
염치도 수치도 모르는 꽃
세월이나 가난 따위는 더더욱 모르는 꽃
늙은 여자 슬레이트 처마에 반쯤 가린 채
태평양 같은 골반을 벌리고 앉아
고무 다라이에 무언가를 치댄다
기울어진 TV 안테나는 통 기억이 안 나고
배고픈 빨래집게들 때 묻은 허공 하나씩 물고
해가 닳도록 쪽쪽 빨아먹고 있다
[감상]
이 시대의 어머니가 우리에게 베푼 사랑은 이루 표현할 수 없는 상징입니다. 그야말로 고정 관념으로 굳어진 것이지요. 그 상징을 시로 표현하고자 하는 순간, 모든 의미들이 그 관념 안에 블랙홀처럼 휩쓸려집니다. 그래서 새로움과 신선함을 요구하는 시의 입장에서는 좀더 다른 시각, 좀더 다른 성찰이 필요합니다. 이 시는 <늙은 여자>의 집요한 묘사로 고단한 시대를 살아온 한 어머니를 조명합니다. 어쩌면 우리는 이 시 텃밭의 <꽃>처럼 피어났는지도 모릅니다. 옥상이라는 협소한 공간을 하루 종일 오가는 <늙은 여자>가 쓸쓸한 정경으로 다가옵니다.
배고픈 빨래집게들 때 묻은 허공 하나씩 물고
해가 닳도록 쪽족 빨아먹고 있다
참 좋은 느낌이네요
1연도 흔히 볼수있는 풍경이라서 웃음이 나고요
전 이 시를 읽었는데요
왜 이토록 행복해 지는지 모르겠어요
어머니...
가난한 삶을 살아왔던 어머니의 이미지가 너무 선명해서
정감가는 그런 시라고 생각되는데요
무엇보다도 묘사가 뛰어난 시라는 생각이 들어요
영화를 보듯 선명하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