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뿌리》/ 이성목/ 《문학의전당》시인선 (근간)
낙엽
엎어진 밥상이라 하자
콧물 범벅이 된 아이들의 따귀라 하자
죽자 죽어버리자 엄마가 울고
아이들은 무서워, 엄마 무서워 울고
내 못나서 그렇다 아버지도 울고
까뭇까뭇 꺼져가는 백열등이
술에 취한 짧은 혀가
짝이 없는 신발 한 짝이
밤새도록 뛰어내린
그 아래
가지 아래
난간 아래
발목 없는 발자국이라 하자
자루 없는 칼이라 하자
[감상]
대체로 이 가을의 낙엽은 낭만적 정취와 로맨틱한 분위기의 소도구일 것입니다. 그러나 이 시에서의 낙엽은 폭력과 울음과 공포의 상징이 됩니다. 그야말로 상투적인 형태나 상식화된 스타일을 벗겨낸 시선입니다. 밤새 가지와 난간 아래로 떨어지는 낙엽의 처연한 형상에서 소외되고 우울한 가족이 오버랩 됩니다. <엎어진 밥상>과 <콧물 범벅이 된 아이들의 따귀> 이 두 강렬한 표현은, 바람에 뒤집어지는 낙엽과 빗물에 들러붙은 낙엽과 닮아 있습니다. <죽자 죽어버리자>의 소리처럼 낙엽은 밤새 저렇게 투신하고 있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