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겨울 그림자 - 임동윤

2005.12.07 17:28

윤성택 조회 수:2103 추천:224

《아가리》/ 임동윤/ 《문학의전당》(근간)


        겨울 그림자

        연 이틀 눈이 내린다

        읍내로 가는 길은 진작 끊기고
        나지막한 양철지붕 길길이
        눈이 쌓인다
        처마가 낮아진다
        하늘과 땅의 경계가 흐릿해진다
        마당귀에 날아와 모이를 찾던
        참새 떼도 몰려오지 않고
        삽살이도 툇마루 밑에서 눈을 감고 있다
        바람이 추녀 끝을 빠르게 스쳐 가면
        소나무 허리 꺾는 소리만 환하다
        뚝뚝, 모든 것이 어두워진다
        지붕이 무너지고
        반쯤 썩은 싸리나무 울타리가
        모로 누우며 관절을 꺾는다

        하늘과 땅이 아득해진다


[감상]
남쪽지방에는 지금 폭설이 내리고 있다는군요. 이 시를 읽으니 행간과 행간 사이 그 눈 오는 풍경이 느껴집니다. 무언가를 설명하려들지 않고, 또 그렇게 무언가를 위해 치장하지 않은 채 다만 담담한 서정의 마무리가 편안하다고 할까요. 그러나 무엇보다도 이 시의 장점은 눈 오는 저물 무렵 <정적>이라는, 그 무한한 사색의 깊이를 제공한 데 있습니다. 그것은 마치 풍경의 입체감 너머, 보이지 않는 곳까지 감지해낼 수 있는 오감의 확장 같은 것입니다. <내 몫의 삶과 사물들에게 절절한 사랑을 베풀고 싶다>는 시인의 말처럼 이 시는 다름 아닌 서정에 대한 내밀한 공감, 그 시선입니다.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 추천 수
871 이발소 그림 - 최치언 2006.01.18 1691 236
870 봄비 - 서영처 2006.01.14 3315 276
869 그 거리 - 이승원 2006.01.12 1962 235
868 오늘 당신을 만난 데자뷰 - 박선경 2006.01.11 1861 255
867 2006신춘문예 당선작 모음 [1] 2006.01.02 2486 270
866 콘트라베이스 - 이윤훈 2005.12.30 1650 232
865 싹 - 김지혜 2005.12.27 2706 266
864 전생 빚을 받다 - 정진경 2005.12.20 1704 238
863 봄날의 부처님 - 김애리나 [1] 2005.12.13 1633 206
862 가방, 혹은 여자 - 마경덕 [2] 2005.12.10 1825 217
861 담쟁이덩굴의 독법 - 나혜경 [2] 2005.12.08 1494 194
» 겨울 그림자 - 임동윤 [2] 2005.12.07 2103 224
859 추억 - 신기섭 [6] 2005.12.06 3187 232
858 바람의 목회 - 천서봉 [4] 2005.12.01 2013 227
857 토기 굽는 사람 - 최승철 2005.11.28 1561 218
856 가을이 주머니에서 - 박유라 [1] 2005.11.25 1791 218
855 바람의 배 - 이재훈 [1] 2005.11.22 1722 206
854 월남 이발관 - 안시아 2005.11.17 1492 224
853 흔적 - 배영옥 [2] 2005.11.16 2303 250
852 자전거, 이 강산 낙화유수 - 최을원 [2] 2005.11.15 1419 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