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연어》 / 박이화/ 《애지》시인선 (신간)
저무는 풍경
돌아오지 않는
강물을 기다리는 다리는
차라리
무너지고 싶을 거다
무너져선 안 되는 것들이
기실은 더 무너지고 싶은
이 기막힌 역설로
나는 그대에게 기울고
강물은 또 그렇게 범람했나보다
허나, 나도 다리도
끝내 무너질 수 없는 것은
내 그리움의 하중이
견딜만 해서가 아니라
강물의 수위가 높지 않아서가 아니라
결국, 무너질 수 없는 것들의
그 오랜 기다림이 배경일 때
그대도 강물도
저무는 풍경에서
더 멀리
더 고요히 아름답기 때문이다
[감상]
애초에 <다리>란 강을 건너야 하는 절박함이 만들어낸 경로였으나, 여기 강물이 오지 않는 낡은 다리의 배경은 <무너질 수 없는 것들의/ 그 오랜 기다림>입니다. 시를 읽으면서 무너진다는 것에 대한 의미를 새삼 곱씹게 됩니다. 어쩌면 다리는 멀리 강물이 일렁이는 저물 무렵을 보며 언젠가 돌아올 강을 생각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시집 전체에는 자유로운 여성성이 꽃처럼 활짝 피어 있군요. 직설적이면서 솔직한 내면의 풍경이 아름다운 이유, <봄의/ 경험이 많을수록/ 꽃은 더 붉고/ 흐벅질> 것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