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련> / 김경주/ 문장웹진 2006년 5월호
木蓮
마루에 누워 자고 일어난다
십 이년동안 자취(自取)했다
삶이 영혼의 청중들이라고
생각한 이후
단 한번만 사랑하고자 했으나
이 세상에 그늘로 자취하다가 간 나무와
인연을 맺는 일 또한 습하다
문득 목련은 그때 핀다
저 목련의 발가락들이 내 연인(戀人)들을 기웃거렸다
이사 때마다 기차의 화물칸에 실어온 자전거처럼
나는 그 바람에 다시 접근한다
얼마나 많은 거미들이
나무의 성대에서 입을 벌리고 말라가고서야
꽃은 넘어오는 것인가
화상은 외상이 아니라 내상이다
문득 목련은 그때 보인다
이빨을 빨갛게 적시던 사랑이여
목련의 그늘이 너무 뜨거워서 우는가
나무에 목을 걸고 죽은 꽃을 본다
인질을 놓아주듯이 목련은
꽃잎의 목을 또 조용히 놓아준다
그늘이 비리다
[감상]
시 읽기는 일종의 여행과 같습니다. 익숙한 풍경을 보기 위해서 우린 여행을 가지는 않지요. 낯선 풍경에 대한 호기심, 그것이 시의 매력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목련>이 언제 피고 언제 보이는지 이 시는 여러 직관을 얼개로 강렬하게 나아갑니다. 왜 <自炊>가 아니고 <自取>이어야만 했을까를 생각하다보면, 12년 동안 목련꽃이 피고 지며 머물다갔던 봄날들이 새롭게 다가옵니다. <그늘이 비리다>에서의 그 결연함이 누군가 살다간 生인 것만 같아 내 전생 어딘가 <이빨을 빨갛게 적시던 사랑>을 떠올려보게도 하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