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축제 - 이영식

2006.07.11 16:57

윤성택 조회 수:2034 추천:247

《희망온도》 / 이영식/ 시작 시인선 (신간)


        축제

        대로변
        깍두기머리로 깎아놓은 쥐똥나무 뒤
        누군가 실례해 놓은 물똥 한 판
        똥파리들이 해치우는데 꼬박 닷새가 걸렸다
        처음엔 무료급식이라 쭈뼛거리더니
        날이 갈수록 동네잔치로 판을 키웠다
        늦은 귀가길, 누군가
        젖 먹던 힘까지 조여 넣었을 괄약근
        기어이 뚫고 나온 그 간절함에 화답하듯
        성찬을 즐긴 식객들의 등피가 사뭇 번들거린다
        쓰레기 치우던 환경미화원이 빙긋 웃는다
        몸 바꿔 입은 푸르름이다.


[감상]
상식을 비틀수록 시는 매력적입니다. 더러운 것을 아름다운 것으로 바꿔내는 시선, 또 그 안에 깊이 있는 통찰이 빼어난 시입니다. 길옆에 방치된 오물에 들러붙은 파리들을 <무료급식>과 <동네잔치>로 역전시킨 점은 시인만의 따뜻한 세계관과 맞닿아 있을 것입니다. 또 한 가지, 환경미화원의 진초록 상의를 파리의 <등피>와 오버랩 시키는 부분은 이 시 관찰력의 백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과학이나 철학이 자연의 순리를 연구함에서 왔듯, 좋은 시는 자연의 순리를 통해 조화와 영원을 깨닫게 합니다.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 추천 수
931 가스관 묻힌 사거리 - 최승철 2002.07.02 1075 186
930 寄生現實(기생현실) - 김중 2002.07.04 1126 215
929 사슴농장에 대한 추억 - 윤의섭 2002.07.05 1021 187
928 산수유꽃 - 신용목 2002.07.08 1179 170
927 구부러진다는 것 - 이정록 2002.07.09 1111 174
926 봄날 - 신경림 2002.07.11 1631 176
925 태평양을 다리는 세탁소 - 한혜영 2002.07.12 1058 176
924 페인트공 - 손순미 2002.07.15 1160 172
923 형상기억합금 - 이혜진 2002.07.16 1098 202
922 월식 - 최금진 2002.07.19 1302 187
921 목포항 - 김선우 2002.07.22 1222 209
920 밀물여인숙 2 - 최갑수 2002.07.23 1135 181
919 베티와 나(영화 37도 2부) - 박정대 2002.07.24 1146 202
918 길에 홀리다 - 백연숙 2002.07.25 1165 204
917 모기 선(禪)에 빠지다 - 손택수 2002.07.26 1041 187
916 죽은 사람 - 김형미 2002.07.27 1208 198
915 바람 그리기 - 이승하 [1] 2002.07.30 1362 215
914 귀신이야기1- 김행숙 2002.07.31 1505 203
913 어떤 연인들 - 도종환 2002.08.01 1392 207
912 그림자를 가진 새 - 윤이나 2002.08.02 1269 1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