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뺨 - 함순례

2006.07.25 11:57

윤성택 조회 수:1878 추천:225

《뜨거운 발》 / 함순례/ 《애지》시인선


  

  내 친구 윤태자, 언젠가 그녀의 뺨을 갈겼다 내 궁색한 자취방에서 한 일 년 식객노릇을 했는데 새벽별만 바라보아도 배터지게 슬펐던 그 시절, 우리는 불어터진 라면발처럼 톡톡 끊어지기도 하고 가지런히 단추를 채우기도 하면서 세상에 대한 서슬 푸른 적의를 키우기도 했다

  내가 직장으로 야간대학으로 돌아치는 동안에도 밤고양이처럼 웅크려 있기 일쑤였던 태자가 경찰시험에 붙은 날, 그날 밤 나는 태자의 뺨을 철썩, 올려붙였다 “가시나! 민중의 지팡이 노릇 똑바로 햇!" 그때는 임수경이 평양축전에 참가한 즈음이었는데, 그녀와 외양이 닮았다는 이유만으로 나조차 아예 짬새 똥파리쯤으로나 여긴 경찰이 아니꼬와 괜한 화풀이 한 것이다 그 밤의 손꽃,

  결혼하고 하나 둘 새끼 낳고 이제 헐렁한 나이, 모처럼 한 방에 눕는다 태자가 말한다 수많은 민원인 속에서 지금도 여전히 그 뺨 얼얼하다고…… 내 친구 윤태자! 누가 뭐래도 늠름한 민중의 지팡이다

  어느새 고단히 잠든 태자의 뺨을 쓸어본다 내 뺨, 온통 얼얼하다        


[감상]
남의 <뺨>을 기뻐서 때린다는 것은 쉽지 않지요. 바로 그 지점에 이 시의 착상이 빛을 발합니다. <윤태자>라는 친구와 살았던 기억을 더듬어가면서 풀어내는 흐름에서 잔잔한 감동이 느껴집니다. 어쩌면 <세상에 대한 서슬 푸른 적의>가 제도권에 대한 저항이라면, <경찰>의 존재는 그 적의를 감시하는 권력의 수단일 것입니다. 그래서 친구 <태자>의 경찰시험 합격은 시의 긴장을 고조시키는 사건이자 삶의 의미를 통찰케 하는 계기인 셈입니다. 뺨을 때리는 순간 그 황당함에 웃음이 나오면서도, 기쁨의 가장 극적인 표현이 맞겠다 싶습니다. 그래서 태자 <뺨>이 나의 <뺨>으로 전이되는 마지막 연은 진정한 소통의 의미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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