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추> / 최영철/ 《문학마당》 2006년 가을호
고추
수영장 탈의실에 줄 서서 삐약삐약 옷 벗는 아이들, 선생님이 시켜준 대로 벗은 옷 차곡차곡 바구니에 담는 아이들, 작은 고추 다 드러낸 아이들, 살색 그대로인 고추, 얼굴색 엉덩이색 그대로인 고추, 나를 빤히 올려다보는 고추, 재잘대는 말소리도 살색, 쿨럭쿨럭 기침소리도 살색, 벌써부터 살색이 다 날아가고 없는 내 고추, 무슨 일인지 시커멓게 탄 내 고추
[감상]
<살색>은 피부색 차별이라는 인권위원회 결정으로 살구색으로 바뀌었다지요. 하지만 이 시에서는 역설적이게도 <살색>이어야만 가능한 울림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아이들의 천진스러운 <살색>과 시커멓게 탄 화자의 색이 비교되면서 욕망으로 퇴색된 <나>를 발견한 것입니다. 이 시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마지막 부분 <무슨 일인지>인데, 그 천연덕스러운 의미 뒤에 숨어 있는 정직성이랄까요. 아이들을 통해서 삶의 근본을 들여다보는 성찰이 돋보이는 시입니다.
무척 재미있는 시로군요
특정색을 살색으로 명명한 것은 평등권 침해의 소지가 있다고
하여서 살색을 살구색으로 바꿨다고 하더군요
그도 그럴것이...
흑인종, 백인종, 황인종의 살색은 각각 다른 살색...??
암튼, 생각해 보건데 살색을 살구색으로 대체한 것은 잘한 것 같아요
이 시는 아이의 순수함과 어른의 순수하지 못한 마음을
고추를 통해서 보여주고 있습니다
시커멓게 탄 내 고추
어른이 될수록 변하는 시커먼 마음 또는 세상에 타협하거나 불의한 마음,
다 드러낸 살구색 빛깔의 아이의 마음과는 달리
어른은 늘 어둡죠^^
달랑 달랑 흔들리는 살구색 빛깔의 아이들의 고추가 보입니다
참 귀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