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메트로〉/ 강인한/ 《창작 21》 2006년 가을호
밤의 메트로
소리가 열차를 끌고 간다
덜컹거리는 소리가 이 밤을 끌고 간다
칸칸이 불을 밝히고
지하에서 지상으로
지상에서 지하로
소리에 끌려 구불구불 미끄러지는 열차
나는 얌전한 소리의 입자처럼 앉아서
창밖을 내다본다
강을 지나는지 소리가 더욱 거세어지고
푸른 밤하늘 위에
열차의 내부가 환하게 떠 있다
멀리 가로등이 흘러가는 야경 위에
곁에 앉은 젊은 여인의 얼굴이 겹쳐진다
소리가 문득 사라진다
옛날에 잊어버린
젖은 이름 하나가 비누방울처럼
밤하늘에 켜졌다가 사라진다
[감상]
대도시를 막 벗어나는 밤기차가 있습니다. 이 기차의 행로는 긴박한 현재성에 머물러 있으면서 단절과 소외, 일상의 건조함이 공존하는 도시로부터의 이탈이기도 합니다. 그리하여 소생되는 <옛날에 잊어버린/ 젖은 이름>은 삶의 회한과 깊이를 깨닫는 매개체인 셈입니다. 아울러 중요하게 쓰이는 것은 청각적 이미지인데 <소리가 문득 사라진>, 그 정점에 이 시의 진정성이 위치합니다. 그동안 도시로부터 길들여진 닫힌 마음이 문을 여는 순간이 아닐까 싶은데요, 회화를 보듯 선명한 이미지와 잔잔한 뒷 여운이 전해져오는 시입니다.
왜 이리도 친숙하게 느껴지는지,
제가 아는 건 고작
시인의 시 한 편 뿐인데 말입니다.
잠들기 전에 눈물이 - 강인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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