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어>/ 이승주/ 《열린시학》 2006년 겨울호
잉어
고개를 숙이고 흐느끼는 그를 가만 내려다보노라면, 그의 코가 어딘
지 잉어를 닮았다. 안으로 소용돌이치는 그의 얼굴 한가운데서 격하게
열렸다 닫히는 아가미. 어디서 온 잉어일까. 잉어도 운다는 말, 그 새벽
문득 떠올랐다. 아마도 슬픈 잉어는 그를 떠날 수 없다.
[감상]
시가 때로는 관찰 하나 만으로도 휘감아 올 적이 있습니다. 이 시는 그런 관찰이 연민의 감성으로 이어져 아스라한 울음소리로 밀려옵니다. 들릴 듯 들리지 않는 남자의 울음, 갓 건져 올린 잉어의 뻐끔거리는 모습과 오버랩 되면서 그 고통의 흔적은 <격하게 열렸다 닫히는 아가미>로 형상화되는 것입니다. 소용돌이를 생각하면 그 안에서 함께 반응하는 <잉어>처럼 솔직한 내면은 어쩌지 못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