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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의 산책 - 박순희

2007.01.27 12:30

윤성택 조회 수:1738 추천:150

<봄날의 산책>/ 박순희/ 《서정시학》 2006년 가을호


        봄날의 산책
        
        어떤 길은 사람의 얼굴을 닮았다.
        낯설지 않은 길, 길을
        음미하며 찬찬히 걷다보면
        나는 어느새 내가 잘 알고 있는
        사람의 마음에 들어서 있는 것이다.
        따뜻한 바람을 맞으며
        흔들흔들 걸음을 옮기면
        그 사람의 음성이 들려오는 것이다.
        그러면 그 사람을 닮은 물푸레나무 아래 앉아
        이야기하듯 잠깐 졸기도 하는 것이다.
        맨몸을 드러내며 그 사람 앞에서 춤추다
        무거운 햇살에 와르르
        무너지기도 하는 것이다.


[감상]
아는 사람이라면 익숙하고 친숙하고 낯익은 얼굴이겠지요. 이 시는 <어떤 길>이 얼굴로 형상화되면서 사람과 사람의 관계로 흐름을 이끕니다. 상대의 얼굴을 한참을 들여다보는 일은 그 <사람의 마음에 들어서 있는 것>입니다. 호감이 있다면 주고받는 대화는 자신의 <이야기>로 이어지겠지요, 물론 속내까지 다 드러내 <맨몸을 드러내며 그 사람 앞에서 춤추>듯 말입니다. 그러다 신뢰감에 확신이 생긴다면야 햇살 같은 당신에게 <와르르/ 무너지기도> 할 것입니다. 참 다정하고 살가운 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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