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의 산책>/ 박순희/ 《서정시학》 2006년 가을호
봄날의 산책
어떤 길은 사람의 얼굴을 닮았다.
낯설지 않은 길, 길을
음미하며 찬찬히 걷다보면
나는 어느새 내가 잘 알고 있는
사람의 마음에 들어서 있는 것이다.
따뜻한 바람을 맞으며
흔들흔들 걸음을 옮기면
그 사람의 음성이 들려오는 것이다.
그러면 그 사람을 닮은 물푸레나무 아래 앉아
이야기하듯 잠깐 졸기도 하는 것이다.
맨몸을 드러내며 그 사람 앞에서 춤추다
무거운 햇살에 와르르
무너지기도 하는 것이다.
[감상]
아는 사람이라면 익숙하고 친숙하고 낯익은 얼굴이겠지요. 이 시는 <어떤 길>이 얼굴로 형상화되면서 사람과 사람의 관계로 흐름을 이끕니다. 상대의 얼굴을 한참을 들여다보는 일은 그 <사람의 마음에 들어서 있는 것>입니다. 호감이 있다면 주고받는 대화는 자신의 <이야기>로 이어지겠지요, 물론 속내까지 다 드러내 <맨몸을 드러내며 그 사람 앞에서 춤추>듯 말입니다. 그러다 신뢰감에 확신이 생긴다면야 햇살 같은 당신에게 <와르르/ 무너지기도> 할 것입니다. 참 다정하고 살가운 시입니다.
그녀의 안부가 궁금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