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의 시작> / 강 정 (1992년《현대시세계》로 등단) / 《현대시학》 2007년 4월호
아침의 시작
어젯밤엔 집으로 돌아가던 나의 그림자가 죽었다
문지방 앞에서 흘러내린 어둠엔 꽃냄새가 가득했다
달의 뒤편으로 추락하던 지구가 새로운 별을 임신했다
창가에 남아 있던 냉기가 시간의 한 틈을 쪼개었다
문득 별이 터지니 죽은 내 얼굴이 해바라기처럼 웃었다
십년 전의 벚꽃들이 폭약처럼 터졌다
이제 나는 슬프지 않을 거야, 라고 노래 부르며
한 아이가 문 밖으로 자전거를 끌고 나갔다
낡고 메마른 굴렁쇠가 수평선 바깥으로 가라앉고 있었다
[감상]
시간의 흐름은 지금의 과학도 어쩌지 못하는 불가항력적인 것입니다. 그래서 <아침>은 누구에게나 어김없이 찾아오는 현실입니다. 그러나 과거의 기억은 현재를 겪는 사람에 따라서 다양한 인식의 스펙트럼을 갖고 있습니다. 과거형의 시는 그래서 종종 쓸쓸하고 스토리보다는 이미지 중심적입니다. 창가의 소소한 봄을 보았을지도 모를 상황에서, 이 시는 거시적 관점을 유지하면서 내면의 이미지를 폭발적으로 발산합니다. 죽음과 새로운 잉태, 빛의 확산과 꽃의 생장이 구상과 비구상을 넘나드는 유화처럼 강렬하게 착색되어 있습니다. 그렇게 아침이 한 폭의 그림으로 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