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부리와 뿌리 - 김명철

2011.01.31 11:58

윤성택 조회 수:1005 추천:109



《짧게, 카운터펀치》/  김명철 (2006년 『실천문학』으로 등단) / 《창비시인선》324

          부리와 뿌리

        바람이 가을을 끌어와 새가 날면
        안으로 울리던 나무의 소리는 밖을 향한다
        나무의 날개가 돋아날 자리에 푸른 밤이 온다

        새의 입김과 나무의 입김이 서로 섞일 때
        무거운 구름이 비를 뿌리고
        푸른 밤의 눈빛으로 나무는 날개를 단다
        
        새가 나무의 날개를 스칠 때
        새의 뿌리가 내릴 자리에서 휘파람 소리가 난다
        나무가 바람을 타고 싶듯이 새는 뿌리를 타고 싶다

        밤을 새워 새는 나무의 날개에 뿌리를 내리며
        하늘로 깊이 떨어진다


[감상]
나무와 새는 서로 독립적인 개체임에도 불구하고, 이 시에서는 서로 교차하고 중첩되면서 새로운 이미지에 가 닿습니다. 이는 나무와 새의 관계성에 주목하고 그것에 대한 연대를 소통의 방식으로 풀어낸 것입니다. ‘입김’이 서로 섞이고, 각기 서로를 ‘타고’ 싶은 것도 이러한 장치입니다. 하늘로 깊이 떨어지는 새의 비상처럼, 대상에 대한 재해석이 곳곳에 자연스럽게 스며 표현 하나하나가 설득력을 얻습니다. 부리와 뿌리가 ‘ㅂ’의 차이로 같아진다는 걸, 새삼 공통점을 찾지 못하는 나와 당신과의 관계에서 되돌아봅니다.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 추천 수
91 무인 통신 - 김행숙 2001.08.08 1425 262
90 방생 - 이갑수 2001.06.05 1214 264
89 퍼즐 - 홍연옥 [1] 2004.03.02 1733 264
88 날아라 풍선 - 마경덕 2005.07.30 2170 264
87 몽대항 폐선 - 김영남 2006.06.08 1380 264
86 풀잎 다방 미스 조 - 정일근 2001.06.27 1416 265
85 Y를 위하여 - 최승자 2001.08.10 1705 265
84 저수지 - 김충규 [1] 2001.05.10 1371 266
83 부서진 활주로 - 이하석 2001.05.12 1287 266
82 기린 - 구광본 2001.05.14 1373 266
81 싹 - 김지혜 2005.12.27 2666 266
80 발령났다 - 김연성 2006.06.27 1662 266
79 바닷가 우체국 - 안도현 2001.06.12 1621 267
78 안녕, UFO - 박선경 2006.05.25 1859 267
77 부드러운 감옥 - 이경임 2001.05.31 1398 268
76 내 품에, 그대 눈물을 - 이정록 2001.06.22 1489 268
75 푸른 밤 - 나희덕 [1] 2001.07.27 1901 268
74 서른 부근 - 이은림 2001.05.24 1542 269
73 기억에 대하여 - 이대흠 2001.05.28 1567 269
72 내 안의 골목길 - 위승희 [2] 2001.07.03 1519 2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