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게, 카운터펀치》/ 김명철 (2006년 『실천문학』으로 등단) / 《창비시인선》324
부리와 뿌리
바람이 가을을 끌어와 새가 날면
안으로 울리던 나무의 소리는 밖을 향한다
나무의 날개가 돋아날 자리에 푸른 밤이 온다
새의 입김과 나무의 입김이 서로 섞일 때
무거운 구름이 비를 뿌리고
푸른 밤의 눈빛으로 나무는 날개를 단다
새가 나무의 날개를 스칠 때
새의 뿌리가 내릴 자리에서 휘파람 소리가 난다
나무가 바람을 타고 싶듯이 새는 뿌리를 타고 싶다
밤을 새워 새는 나무의 날개에 뿌리를 내리며
하늘로 깊이 떨어진다
[감상]
나무와 새는 서로 독립적인 개체임에도 불구하고, 이 시에서는 서로 교차하고 중첩되면서 새로운 이미지에 가 닿습니다. 이는 나무와 새의 관계성에 주목하고 그것에 대한 연대를 소통의 방식으로 풀어낸 것입니다. ‘입김’이 서로 섞이고, 각기 서로를 ‘타고’ 싶은 것도 이러한 장치입니다. 하늘로 깊이 떨어지는 새의 비상처럼, 대상에 대한 재해석이 곳곳에 자연스럽게 스며 표현 하나하나가 설득력을 얻습니다. 부리와 뿌리가 ‘ㅂ’의 차이로 같아진다는 걸, 새삼 공통점을 찾지 못하는 나와 당신과의 관계에서 되돌아봅니다.
최소한 한 다섯번은 읽은 것 같은데
아... 저는 이 시 도무지 감이 안 오는데...
추천한 사람들은 무엇을 보고 추천한 걸까요?
... 예전의 저처럼 시인님의 감상을 읽고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