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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가는 길

2002.07.02 15:15

윤성택 조회 수:764 추천:2




자도 자도 지하철 안이더라.
사람들은 저마다 붉은 청춘을 닮아
그 새벽 가볍게 스치는 어깨에도
후두둑 대~한민국거릴 것 같은.

그래서였을까
한번 들었던 잠이
침대에까지 이어지지 못하고
나는 잠자리에서
파도처럼 뒤척였다.
귀를 대지도 않았는데
이런저런 생각들이
밀물과 썰물로
어룽거렸다.

그런 거 있잖아
맥주 거품 폴폴 나는
즐거움이 깃든 뭐 그런 것.
잇몸까지 아릿거리는
뭐 그런 알싸하고 묘한 그런 것.

그제는 사무실 회식 때문에 과음하고
나는 하루종일 딸꾹질에 시달렸다.
그래서 너를 만나러 가는 내내
내 입밖으로 개구리 튀어나올 것처럼
불안했다. 그러다 기어이
눈을 감고, 나를 지탱하고 있는
세포들을 불러모았다.
그래 알았어, 그래 알아 알아.
얼마나 시달렸겠니. 그래 알아 알아.
그렇게 진저리치는 침묵을
삼킨 뒤에야 나는 고요해질 수 있었다.

잠깐 살풋 잠든 한때
누군가 내 어깨에 기대어 있더라.
눈을 뜨기 전까지 나의 상상력은
핑크빛 설레임이었으나
어느 아저씨의 덥수룩한 머리였음을 알았을 때

삶이 그런거더라.
자도 자도 지하철 안이더라.
  

2002. 6.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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