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크리스마스 이브,

2003.12.24 15:44

윤성택 조회 수:547 추천:16



지금 나는, 시큼한 귤 껍질을 까듯
한 꺼풀씩 벗겨지는 어둠을 배경으로
소름이 잔뜩 돋은 산과 마주 하고 있다.
아니 홍콩야자수 잎들이 볼을 밀착한
사무실 유리창 중간 열쇠의 물음표에
두 유리창을 돌려 끼울 것인가 말 것인가를
생각하고 있다. 정지용 식으로 말하자면
차고 슬픈 것이 어른거리는 것일 터인데,
깍지를 끼고 두 손이 교차하는 지점에 이르러
왜 이 시간 너의 공간이 궁금한 걸까.

돌아보면 다 소중한 분들이고
다 기억에 오래도록 가져갈 분들입니다.

일년동안 온전히 모니터 위에 앉아
며칠씩 앞서 약속을 기입 받았던 캘린더도
두꺼운 시간의 모서리를 허물고 있습니다.  
어쩌면 지금 다시 들여다보는
생경한 약속들이 나를 여기까지
데려왔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모쪼록 크리스마스 이브입니다.
따뜻한 성탄절 맞이하시길 바랄께요.


2002.12.24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
67 나였던 기억 2004.01.07 933
» 크리스마스 이브, [1] 2003.12.24 547
65 편지 [1] 2003.12.11 871
64 대학원, 2003.12.09 788
63 신춘문예의 계절 2003.11.27 653
62 어느 시인의 죽음 2003.11.20 587
61 시를 위하여 2003.10.25 626
60 귤로 물들다 2003.10.13 404
59 가을 단상 [1] 2003.10.01 495
58 김솔에게 - 너의 만연체가 말해 주는 것 [1] 2003.08.26 524
57 늦은 아침 2003.07.30 548
56 두근두근 소곤소곤 2003.07.21 440
55 '오노 요코'전을 보고 [2] 2003.07.08 357
54 견딜만 하다 2003.06.24 651
53 나는 지금, 2003.06.17 490
52 선생님을 돌려주세요 2003.05.16 382
51 [詩作노트] 실종 2003.04.29 521
50 그런 날 2003.04.29 447
49 박성우 [거미] (창작과비평사) 시집 읽기 2003.04.08 462
48 소리 지른 사람은 저입니다 2003.04.02 47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