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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밤, 아릿하다
2001.04.10 23:12
윤성택
조회 수:213
추천:2
밤바람이 시원하다.
늘 집으로 가는 길 만나는 건널목,
오늘은 검사할 것이 없는지
파란색으로 무사통과다.
쇼윈도우 안 마네킹들이
힐끔거리며 내 옷차림을 살핀다.
손톱 끝 만한 은행나무의 잎새들
깔깔거리며 가지에 뻘쭘하게 잇댄
전깃줄을 간지럼 태운다.
오늘 같은 날은
돌층계도 에스컬레이터,
노랗게 뜬 달도
따뜻한 새알이다.
어딘가 황지우가
깨진 병으로 손목을 긋고 있는 것일까.
봄밤, 아릿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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