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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경험한 세번째 시청 광장 점거.

2001.05.01 23:48

조회 수:74 추천:2

내가 경험한 세번째 시청 광장 점거.



87년과 91년의 시청광장 점거는 전두환과 노태우 두 군인출신의 대통령시절이었다. 당시에는 "독재타도""군부독재 청산", 라는 분명한 이슈가 있었다. 독재타도라는 공감대 앞에서 시청을 점령하는데는 많은 시민들의 지지가 있었다. 그후로 시청을 점거 당했던 두 명의 전직 대통령은 각각 백담사로, 부정축재로 감옥으로 행하게 되었다. 우연의 일치인지는 모르지만 시청광장을 내 주었던 대통령들의 말로는 그리 좋지 않았다. 4.19시위대에 시청광장을 내주었던 이승만씨는 대통령의 임기를 다 마치지 못하고 도중에 물러나야 했으며 그 후로 전두환, 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의 운명도 이승만 못지 않게 부끄러운 전직 대통령으로 남게 되었다.



내가 경험한 첫번째 시청광장 점거의 느낌은 혁명의 느낌이었다. 87년 당시의 시청광장 점거는 승리의 기쁨과 설레임이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느꼈던 민중의 힘을힘을 느껴던 체험이었다. 두번째 시청광장의 점거는 고 강경대씨 죽음으로 인한 응집력으로 만들어 낸 91년도의 점거 였는데, 참 오랜 기간 수많은 목숨이 분신과 폭력적인 진압으로 죽어가면서도 처절하게 싸워 쟁취한 점거였다. 그때는" 아! 우리가 아직 살아있었구나 ",라는 사실을 느끼게 해준 점거였다. 그후로 십년동안 우리는 문민 정부를 거치면서 단 한차례도 시청광장을 점거해 보지 못했다.



문민이라는 모호한 색깔의 정부와 당시의 해체일로를 걷던 사회주의 사회의 몰락과 포스트모던이라는 모호한 개인주의의 이데올로기 아래서 90년도 내내 십년이란 세월 동안 시청의 뜰조차 밟을 수 없었다. 개인주의와 정부의 강하고 교묘한 탄압과 내부에서 부터 무너지기 시작했던 진보세력의 응집력이 앞으로는 시청광장을 다시는 밟아 보리라는 소망조차 가지지 못하게 했던 그 시절은 내내 어두운 터널과도 같았다.

하지만 오늘 우리는 드디어 시청광장을 발로 밟아버리고,그 땅을 해방구로 만들어 뛰어다니고, 노래를 부르고, 구호를 외치는 일을 했다. 이것은 과거 십년동안 침체 일로에 있었던 진보 세력의 흐트러짐의 나약한 모습에서 신자유주의라는 거대한 폭력 앞에서 생존본능과 같은 응집력을 가지게 된 결과이며, 그동안 탄압당하면서도 꿋꿋이 살아남아 모아진 진보의 힘이 오늘 시청앞 도로를 점령해서 광장으로 만들어 버렸다. 이 점령은 이제 새로운 희망의 전주곡일 뿐이다.
보라!  신자유주의의 전도사처럼 되어버린 김대중정권이 시청앞 뜰을 내주었다는 사실은 이미 신자유주의를 음모를 깨뜨리려는 노동자와 민중 앞에 무릎을 꿇었다는 상징적인 의미를 갖는 동시에 신자유주의 흐름에 더이상 순응 할 수 없음을 깨달아 가는 노동자, 농민 지식인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서서히 눈을 떠서 이만큼 인식하게 되었다는 인식의 수준과 힘을 시청광장 점거로 보여준 쾌거였다고, 할 수 있다.

끝으로 소망이 있다면 우리사회가 고도로 잘 발달된 민중의 정부 노동자의 정부가 되어서 더 이상 힘으로 전경과 대치하거나 싸우면서 시청앞 도로를 점거해 광장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최소한 노동절에는 축제로써 노동자가 모든 계층의 시민과 함께 즐기는 놀이의 마당으로 시청 앞이 스스로 광장이 되어서 그날을 회상하며 밟기를 소망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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