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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 물

2001.06.30 02:47

아희 조회 수:127


연연히 살아 숨쉬는 너


서서히 너를 쓰다듬어보고 싶다.
서서히 너를 확인하고 싶다
네가 정말 너인가를 보고 싶다, 너의
그 너에게서 너로 이어지는 부피의 느낌.

너의 이마에서 물결치는 찬연한 물살, 물살
사춘기 소녀의 해변에 부서지는, 나의 입맞춤에
부서지는 네 두 발의 열 개의 물거품,
주름살 하나 없이 천천히 부서지는

그렇게 너를 사랑한다. 물살로 연연히 살아 숨쉬는 너
너는 너로부터 흘러나오는 샘물, 늘 도망쳐 빠져나가는 물,
너를 만지는 손길은 그토록 게으른 음악 앞에 좌절한다

그렇게 너를 사랑한다, 그 작은 한계 속에서,
여기, 저기, 조각들, 백합 꽃잎, 장미,
그리고 마침내 네가 하나로 될 때
너는 나의 꿈의 빛.


-헤라르도 디에고, 민용태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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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뜻하지 않게 오빠를 뵈어서 두 배로 즐거웠답니다. ^-^
홈페이지에서 제 이름 발견하시고 앗! 아희다! 하시라고 글 남깁니다.

주룩 주룩 장마의 나날들인데요...
하루동안 내리는 비의 부피는 얼마나 될까, 하수구에 쓸려 들어가는 빗물,
빗물에 묻혀 들어가는 약한 꽃잎이며 나뭇잎들을 보다가 생각했습니다.
손에 잡으면 금방 놓칠 것 같은 사람이 있습니다.
오늘 아르바이트하면서 이 시를 읽었는데 그런 애틋한 무게가 느껴지더군요.

버스 옆자리에 앉은 그의 옷깃이 조금 닿아있을 때의 작은 무게같은 것.
혹은 흘끔 쳐다보았던 시선의 다발, 그 부피같은 것.
그 애틋한 무게를 느껴보시라고 이 시 올립니다. ... 참 좋죠?

성택 오빠의 홈은 어깨에 힘은 조금 뺀 듯
그러면서도 늘 넉넉히 열어두고 있어서 참 편하고 좋아요.

비 오는 밤, 모기장이 쳐진 창틈으로 약간의 빗방울이 튕겨져 들어왔습니다.
그리고 저는 이렇게 별 것도 아닌 그냥 제 이야기를 부려놓고 간답니다.
제 선물, 참 싱겁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