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이 오르자,
무더운 여름의 날씨에도 불구하고
그는 두꺼운 겨울이불을 꺼내들었다
이미 창문과 방문은 꾹 닫혀진 채였다
그 방에 들어서기만 해도 땀이 났다
감기야? 하고 묻자,
그가 끄응, 하고 대답한다
나는 주섬주섬 쌍화탕이랑 해열제를 꺼냈다
쌍화탕은 아직 식지 않아 따끈했다
한여름에 무슨 감기에 걸리고 그래?
이불을 두 개나 덮은 그를 보며 내가 묻자
그가 얼굴을 찡그리며, 배도 아파...하였다
결국은 급성장염이었다
그는 병원에서 돌아와 내게 말했고
나는 서투른 음식솜씨때문에 인스턴트 죽을 끓여주고
더운 방안에 누워 낮잠을 잤다
온몸에 땀이 나서 엿가락처럼 흐느적거렸다
집에 돌아가는 길에,
까만 그의 얼굴이 내 머리 위에 있다
버스타는 건 보겠다며 나왔지만 아직은 불편한 얼굴, 해쓱하니 까칠한게 안쓰러웠다
이 얼굴이 과연 내 남자의 얼굴인가 생각하다,
갑자기 마음이 안좋아져서 고개를 숙이는데
눈앞에 스치는 그의 입술이 붉다
면도를 하지 못해 까슬까슬한 턱 위로
그의 붉은 입술이 노을처럼 내 마음에 확 번지고
나는 억지로 웃는 얼굴을 하면서 버스에 올라탔다
그랬다
사랑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지만
사랑할 수 없는 것도 아니었다
어느 영화에서 처럼
어쩌면 나는 물고기자리인지도 모른다
사랑하지 않기가
사랑하기 보다 더 힘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