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문 너머 건물 너머
자욱하게 먹구름이 바람 먼저
풀어 보냅니다.
비내음이라지요?
언젠가 어느 MT에 갔을 때
양철지붕 위로 하얗게 쏟아지는 빗소리,
그 빗소리를 꺾어다가
귀에다 걸어두고 마음에다 걸어두고.
하는 일 없이 배 깔고 턱을 괸 채
빛바랜 창호지문 빼꼼이 열린 마당에
시선만 내어놓아 비 맞게 했던 시절.
다 되었다며
참치찌게 김 폴폴한 냄비에 둘러앉아
신나게 두들겼던 장단과,
그러다 지치면 얇은 담요 밑에서
손을 잡고 진짜 전기일지도 모를
전기게임을 했던 시절.
밤잠을 새어도
싱싱한 파다발처럼
풋풋했던 마음들.
그게 청평 어디였던가
제부도 어디였던가
어느 산자락 밑이었던가
가물가물합니다.
파전에 동동주.
입가에 허옇게 묻어나는 술자국에도
그대는 아름다울 것입니다.
그리하여 땡기는 것이 어디 술뿐이겠습니까.
이런 날은 느슨했던 인연의 끈도
고무줄로 바뀌어 또 그 탄성彈性으로
한달음에 달려올 친구가 있을 것입니다.
장마,
아직은 버틸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