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은 사람들의 발길이 머무는 곳이군요.
종종 찾아와서 제 집의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잠들었던 마음이 기지개를 켜곤 합니다.
아주 많은 사람들이 있는 이 곳을 조금은
멀찍이서 바라보는 것이 나의 오랜 습관이랄까요.
문 밖을 지나치는 사람들의 발소리를
누워서 듣는 것도
이젠 오래된 유희가 되었나봅니다.
나는 여름철 장마가 일시 그친 순간의 아름다운 빛을 사랑합니다.
이런 날은 외도라도 하고 싶네요.
꼭 시가 아니더라도 나를 비출 수 있는
맑은 유리창 하나 품고 뜨거운 햇빛을
그냥 통과시키면서 더불어 푸르러지는 가슴을 지니고 싶네요.
그러나 서울의 빛은 달빛만한 게 없어요.
밤이 그나마 더 아름다운 서울...
사람들은 점점 야행성이 되어 가고
나는 오기로 뭉친 채 한 여름 낮을 보내고
얼마를 더 보내야 그칠 줄 모르는 땀이
시원한 빗줄기를 데려올까 번민하다 보면
그 얼마나 많은 시간들이 또 그렇게 흘러가버렸는지
안타까워 할 겨를 없이 술이 나를 몰아내고
나는 술에게 자리를 양보하고 빈집처럼 떠다니며
발 붙일 땅 한평 찾아 허둥지둥 쓸려다녀요.
혹시 나는 이미 먼지가 된 것은 아닌지
먼지가 나를 뒤덮은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네요.
햇빛이 내시경처럼 번잡한 속을 환히 비추고 있어
가끔 사람들의 시선이 나는 두려워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