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많이 오네요.
요즘 무엇에든지 젖어 보라는 듯,
우산의 공간도 아랑곳하지 않고
억수로 쏟아집니다.
그래서 장마는
삶을 내성으로 이끄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잠깐 그친 그 사이에도
매미는 울고.
좀처럼 끝날 것 같지 않은
비는 또 한차례 비를 예고하는지
먹구름이 또 잔뜩 끼여옵니다.
분명 고만고만한
이 하늘 아래 있다는 것 압니다.
결국 내가 맞았던 비나
당신이 맞았던 비나
맨홀로 흘러들어 낮은 곳으로
한없이 자맥질하면서
복개된 하천을 따라
바다로 흘러간다는 사실.
그리하여 지금 내리는 비조차
먼먼 과거에는
우리가 맞았던 비였을지도 모르는,
아니 그 먼먼 과거로 들어가
애초에 우리가 태어나기 이전부터
이미 점지해 놓은 운명의 비였을지도 모르는,
비.
장마전선 심근 어디에선가
도사리고 있는 이 막막함.
비가 오면 나로 인한 것들,
대부분 마음 밑바닥부터
차오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