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상에 잠시 바람쐬러 갔더니
햇볕이 있는데도 비가 오더군요.
낮은 곳에 고인 빗물 위로
떨어지는 빗방울들
한 점 한 점 비꽃을 피웁니다.
가만히 들여다보니 가끔씩 물방울이
둥둥 떴다가 터지기도 합니다.
사람 사는 것이 그런 것일까요.
빗물의 파문과 파문처럼 인연이 겹치면서
서로를 알게 되는 것.
잠시 후,
언제 그랬냐는 듯이 비가 그쳤습니다.
파문으로 일렁이던
그 바닥은 다시 하늘을
담아내는 거울이 되더군요.
이제야 알 것 같습니다.
당신과 내가 하나가 되어
하늘을 비추는 일,
물이 고여 흘러가지 않는다면
옥상의 이끼라도 키운다는 걸.
하늘을 담아내며 초록의 그리움으로
발효된다는 걸.
요즘 여전히 빗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