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짬뽕을 시켜먹고 세수를 했습니다."
이 말 사이에 얼마나 많은 의미들이 숨어 있을까?
아무도 없는 토요일 사무실은
저 혼자 쓸쓸한 창문에 하늘을 내겁니다.
중국집에 전화해서 또박또박 "짬뽕"이라고 발음했습니다.
그 고춧가루 얼큰한 국물을 생각하며
배달 올 동안
식욕을 곤두세워 놓았습니다.
어쩌면 토요일은 짬뽕이 어울리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뜨거운 짬뽕을 후후 불어 먹으면서
왠 땀이 그리 나는지
이처럼 먹는 것조차 땀 흘리지 않으면
먹을 수 없다는 절대절명한 이치.
세상에 제일 힘든 일이 밥 먹는 일이라는 것,
새삼 느껴 봅니다.
이 뜨거운 짬뽕 국물처럼
내 삶도 짠해질 순 없을까.
이 뜨거운 짬뽕 국물처럼
나는 당신에게 얼큰할 순 없을까.
젓가락으로 말아 올리는 면발이
뚝뚝 끊겨 내 안에 들어오듯이
토요일 오후를 그렇게 끊어 먹고 있었습니다.
그릇에 신문지 덮어 내놓을 때
옆 사무실도 짬뽕같은 토요일이었구나
짬뽕 그릇 나란히 놓여 있습니다.
세수를 하면서
나를 닦아내는 일이
필요에 의해서라기보다는
실존을 확인하는 일이라고 믿고 싶었습니다.
웃기는 짬뽕이라고
토요일은 그렇게
짬뽕처럼 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