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상 무언가를 향해 몰두하게 되면, 전에는 없던 무엇인가가 새롭게 떠오른다.
고요함만이 가득한 수백, 수천미터의 바닷속을 헤엄쳐 다니는 듯한 이 환상의 신비로움 속에서 빠져나오고 싶다.
서서히 숨이 막혀올 쯤 멀리 밝은 빛이 보여온다.
천천히 다가가고 있으면 또한 등뒤에서 따라오는 물소리,
이 안은 고민이라는 수정구슬 안,
서서히 많은 생각들이 물거품 사라지듯 숨어버리고, 내 머리속 안은 예민한 신경으로 둘러싸인다.
깬다.
책상 위 올려진 공책과 연필을 보면 문득 나의 심정을 적어두고 싶어온다.
분노의 파도가 물밀치 듯 밀려오고, 나의 가슴속 한 구석에 무의식으로 둘러싸인 생각들이 쏟아져 나온다.
"따르릉~"
전화벨 소리에 깜짝 놀라 받는다.
돌아가는 시간이란 방안에 반복이란 의자에 앉아 홀로 돌고 있는 나를 보자니 무척 안타깝고, 멍해 보인다.
내 곁에 수많은 사람이 나타나 똑같이 돌고 있다.
그러다가 상처와 고민이란 책상에 부딪히고 만다.